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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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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국내에서는 한나라당과 정부 각료들이 6월 지방선거의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 공약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의 선거광고 허용을 결정한 대법원을 비판하자, 공화당 등 반대진영이 포퓰리스트라고 몰아세웠다. 타이에선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재산 몰수 결정이 내려진 뒤 그의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다시 포퓰리즘 논란이 들끓는다. 대중주의 또는 대중영합주의라고도 하는 포퓰리즘의 어원은 라틴어 포풀라리스다. 인민에게 속한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이 주목받게 된 것은 1892년 미국에서 노동조합과 농민이 결성한 인민당이 등장하면서다. 인민당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단순하고 조잡한 선동정치로 흘렀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포퓰리즘이란 용어는 부적절한 수단을 통해 인민에게 구애한다는 의미로 바뀌어갔다. 정치인들이 권력 유지를 목적으로 합리적 정책판단 없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정책을 양산하는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포퓰리즘적인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제안된 정책의 적절성과 타당성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 문제도 이런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돈 나올 구멍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무상급식을 공약하는 것은 무책임한 대중추수주의라고 비판한다. 무상급식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서울시가 2009년부터 5년간 학교급식 지원 예산으론 360억원만 배정하고 홍보예산은 3400억원이나 설정한 것에서 보듯 문제는 재원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다. 한나라당의 포퓰리즘 주장은 이런 사실을 숨기려는 선전술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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