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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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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음식 ‘스시’는 동남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라오스 등 동남아의 산지민들이나 화전민족들이 구하기 힘들었던 생선이나 고기의 부패를 막기 위해 고안한 발효식품이 중국을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식초를 넣은 밥에 고추냉이(와사비)와 생선 등을 얹는 형태의 요즘 스시는 19세기 에도시대에 등장했다. <오락의 에도·에도의 식생활>에 따르면, 1832년 에도(도쿄) 근해에 다랑어(참치) 풍어로 처치가 곤란해졌다. 부패가 쉬워 값싼 취급을 받던 이 어류들은 대부분 비료로 사용됐지만, 한 노점에서 이를 지금의 스시 형태로 만들어 저렴하게 내다 팔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에도마에 스시’는 소금·쌀과 함께 한참을 발효시키던 예전 스시와 달리 식초를 사용해 바로 먹을 수 있어 ‘하야(早)스시’로 분류되고, 손으로 밥을 쥐어 만들어 ‘니기리(握)스시’로 불린다.
캘리포니아롤 같은 스시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역수입되기도 했지만, 뭐라 해도 일본에서 최고 인기는 마구로(다랑어)스시다. 현재 전세계 약 206만5000t의 다랑어 어획량 가운데 일본이 4분의 1 이상을 소비하는데, 그중 90% 이상을 스시나 회로 먹는다. 대서양다랑어류보존국제위원회는 1974년 30만t이던 대서양 참다랑어가 현재 8만t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카타르 도하의 국제회의에서 참다랑어를 거래금지 품목에 넣으려던 미국·유럽 국가 쪽의 안은 부결됐다. 회의 초점은 거래 금지로 개도국의 어업이익이 축소될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이 됐다. 일본이 지난달 리비아를 극비방문한 덕인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는 대표단을 통해 “이번 안은 선진국의 음모”라고 비난하며 선진국-개도국 갈등을 부각시켰다. 국제사회의 힘 관계가 참다랑어의 운명을 갈랐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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