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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8 17:47 수정 : 2010.03.28 17:47

정남기 논설위원





조선은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사헌부와 사간원 양사를 뒀다. 그러나 두 기관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풍속을 단속하고 관헌들에 대한 감찰 업무를 맡았던 사헌부는 위계질서가 엄격했다. 반면 임금을 상대로 직언을 해야 하는 사간원은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그 실태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사헌부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다시청에 모여 하루 업무를 점검했고 전날의 감찰 결과를 보고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부패한 관리가 있다면 탄핵을 하거나 죄상을 기록한 나무판을 가시덤불과 함께 대문에 걸어놓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조선시대의 사헌부나 오늘날의 검찰이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사간원은 달랐다. 선배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법이 없었고, 아무 때나 드러누워 잠을 자기도 했다. 심지어 공무 중 술을 마셔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면 윗사람이나 임금 눈치를 살피게 돼 직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사헌부 관원들의 사직이나 보직 교체가 잦았던 점이다. 대부분은 공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임금과 대립하거나 다른 관원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으면 공정한 입장을 의심받는 까닭이다. 업무의 엄중함만큼 사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루려 했던 모습이 엿보인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검찰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기소에 불리한 증언이 잇따르자 검찰이 증인을 재조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검찰의 공정성과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법원 개혁을 둘러싼 논의만 무성하다. 우리 사회에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법원보다는 검찰 개혁이 먼저가 아닐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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