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3.31 18:30 수정 : 2010.03.31 18:30

함석진 기자





어릴 적 입에 거품을 문 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누군가가 “미친개다”라고 경보를 발령하면, 집집이 아이들을 불러들이고 대문 단속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문틈으로 빠끔히 내다보고 있다가 개가 가까이라도 올라치면 벌겋게 달궈진 연탄집게를 휘둘렀다. 급할 땐 물 한 바가지를 냅다 뿌리기도 했다. 어른들은 미친개가 물을 무서워한다고 했다.

광견병을 물을 무서워한다는 뜻의 공수병(恐水病)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공수병은 보통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물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보인다. 바이러스는 중추신경을 감염시켜 뭔가를 삼키는 것에 관여하는 목 연하(삼킴)근육에 통증성 경련을 일으킨다. 환자는 물을 삼킬 때 심한 고통을 느끼고 나중엔 물을 보기만 해도 경련이 일어난다. 병을 완치할 특별한 방법은 아직 없으며,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때 평균 생존일은 나흘로 여전히 위험한 질병이라고 한다. 최근 겨울잠을 마친 야생 너구리가 도심 공원에 나타났다고 몇 번 신고되자 요란스레 공수병 경계령을 내리고 ‘백신 미끼’까지 뿌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수병 증세처럼 강렬한 자극의 경험이 강박성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다. 미국 방송 드라마 <몽크>의 주인공 몽크는 복잡한 사건도 한 방에 풀어내는 똘똘한 탐정이다. 그러나 결벽증 탓에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손 씻고 돌아서면 어떻게 문 열고 나갈까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그는 대인공포증, 폐쇄공포증 등 수십종의 강박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모두 자동차 폭탄 테러로 아내를 잃은 뒤 얻은 병이다.

육지에서 가까운 고작 40여m 깊이의 바다 앞에서 인간이, 우리 군이, 첨단기술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확인해가는 요즘이다. 천안함 참사로 인한 내상이 우리에게 바다공포증을 낳을지도 모르겠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