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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4 18:00 수정 : 2010.04.04 18:00

여현호 논설위원





1898년 2월15일 밤 9시40분, 쿠바의 아바나항에 정박해 있던 6682t의 미국 전함 메인호가 두 차례의 폭발로 두 동강이 나 침몰했다. 사고 원인은 지금도 불분명하다. 몇 년 전 최신 컴퓨터 기술까지 동원해 분석했지만 내부 요인인지, 외부 충격인지조차 가려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미국은 파열된 철판이 배 안쪽을 향했다는 점 등을 들어 스페인군의 기뢰 공격을 탓했지만, 근처의 스페인 군함은 물기둥이 없었고 내장을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도 없었다며 엔진 폭발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기뢰 파편 등 다른 증거도 없이 스페인에 선전포고부터 했다. 쿠바 침공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앞선 탓이다.

1943년 6월8일 정오 무렵, 일본 히로시마 하시라지마에 정박중이던 3만9000t의 전함 무쓰가 폭발로 두 동강이 나 가라앉았다. 인위적 폭발, 그중에서도 학대를 견디다 못한 수병의 자폭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군의 사기와 체면을 의식한 군부의 은폐로 진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망자 가족에게도 전시 급료를 송금하는 등 무쓰 침몰 자체가 종전 때까지 극비로 취급됐다.

2000년 8월12일, 노르웨이 부근에서 함정 30척과 훈련중이던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폭발음과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사고 초기부터 군의 사건 은폐 또는 축소 보고 가능성, 초기 대응 미숙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는 애초 영국이나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한 달 뒤에는 같은 러시아군이 잘못 쏜 어뢰에 맞았다고 말을 바꿨다. 2년쯤 뒤에야 발표된 최종 결론은 함내 어뢰에서 연료가 유출돼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은폐설이 끊이지 않는다. 진실 규명보다 다른 생각이 앞선 탓인지, 진실을 숨길 수 있다고 본 탓인지, 진실을 밝힐 능력이 아예 없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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