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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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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젊게 사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이른바 ‘젊음지수(Youth quotient) 진단표’를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아이돌 그룹인 투피엠(2PM)과 투에이엠(2AM)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드라마 <추노>를 보면 탤런트 장혁 같은 식스팩 복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지 등 질문이 재치있다. 백화점이 이 시기에 젊음지수를 거론하는 것은 봄철을 맞은 홍보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피천득의 ‘봄’) 하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중년층들의 젊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사실 젊음지수 진단 항목은 어느 것이나 엇비슷하다. 호기심, 변화 적응력, 삶에 대한 유연한 태도, 과거에 대한 집착도 등이 단골 문항이다. 젊게 사는 처방 역시 비슷하다. “인간의 뇌는 감정을 전달하는 전두엽부터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의식적으로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라”고 권유한다. 일상생활의 조그만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 평소 오른손으로 하는 칫솔질을 왼손으로 해보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젊음지수는 단순히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국가의 젊음지수도 있다. 인구통계학에서는 20살에서 64살까지의 인구에 대비한 19살 이하의 인구 비율을 젊음지수(YQ)라고 부른다. 반면에 20~64살 인구에 대비한 65살 이상 인구 비율은 고령지수(Old-age quotient)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에 젊음지수가 28%, 고령지수가 10%였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인구추계를 보면, 2050년에는 각각 22%, 34%로 역전할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를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점차 줄어드는 젊은 세대들의 ‘안전지수’나마 국가가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요즘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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