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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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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의 명분은 9·11 테러 이후 사담 후세인이 갖고 있다는 대량살상무기 제거였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3년 국정연설에서 “사담 후세인이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는 생물학무기, 수만명을 죽일 수 있는 화학무기, 세균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이동용 생물학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전쟁이 시작됐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이런 판단의 근거는 형편없었다. 화학무기의 근거는 탱크로리 트럭 사진 한 장이었고, 핵무기의 근거는 이라크가 알루미늄 튜브를 수입했다는 사실뿐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암호명 ‘커브볼’이라는 이라크 망명자 단 한명의 진술이었다. 그는 이라크가 이동용 생물학무기 실험실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촉발된 이라크전쟁은 민간인 살상과 더불어 시작됐다. 전쟁 직후인 2003년 4월 미국 공군은 사담 후세인과 그의 아들이 바그다드 만수르지구에 있는 한 레스토랑 옆집에서 만난다는 정보를 가지고 무자비하게 폭탄 세례를 퍼부었지만 무고한 시민 8명만 희생됐다. 이후에도 미군의 오폭이나 무차별 포격으로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 2007년 7월에는 미군 헬기가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에게 사격을 가해 12명이 숨지는 과정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비밀정보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가 공개한 자료다. 당시 미군은 <로이터> 사진기자 나미르 누르 엘딘의 카메라를 무기로 오인해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몇분 뒤 미니버스 한대가 다가와 부상한 엘딘을 병원으로 옮기려 하자 다시 사격을 해서 몰살시켰다. 차에 타고 있던 어린이 둘만 크게 다치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목표도 의미도 없는 이라크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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