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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1 18:28 수정 : 2010.04.11 18:28

권태선 논설위원





“회수(淮水) 이남의 귤을 그 이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 춘추시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 제나라의 유명한 재상 안영은 초나라 영왕이 제나라 출신 도둑을 보여주며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 하오?”라고 묻자, 이렇게 말하며 제나라에선 도둑질 않던 사람이 초나라에서 도둑이 된 건 초나라의 풍토 탓이라고 일갈했다.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제도를 우리나라에 수입했을 때 역기능을 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급속하게 확대하려는 입학사정관 제도나 도입 예정인 영·수 심화과정과 학점제 따위도 그런 경우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미국 대학에서 단순히 성적만 좋은 학생이 아니라 좀더 다양한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평가된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 미국에서도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 도입 몇 해도 안 돼 부정시비가 나오는 등 불신을 사진 않았다.

기초·심화과정이나 고교 학점제도 여러 나라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교육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핀란드엔 우리와 같은 과도한 교육열이나 학벌지상주의가 없다. 각 대학은 나름의 특장점을 갖고 있을 뿐, 우리처럼 서열화돼 있지 않다. 명문대학을 나와야 출세한다는 환상도 없다. 따라서 대학입시에 목을 맬 이유가 없고 대학입시 제도가 고교 교육을 왜곡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환경의 차이를 무시한 채 선진국의 제도만 도입해서는 원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귤이 탱자가 되기 때문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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