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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2 18:01 수정 : 2010.04.12 18:01

신기섭 논설위원





천안함 사고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추측만 난무한데 그 가운데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북한의 기습공격설일 것이다. 누구도 이 가능성을 자신있게 배제할 순 없지만 군사적 상식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력과 군비를 자랑하는 한국을, 한참 뒤처진 북한이 공격한다는 건 자살 행위나 진배없다.

요즘은 경제력의 뒷받침 없는 군사력이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150여년 전만 해도 꼭 그렇지 않았다. 경제 측면을 가장 먼저 본격 제기한 인물은 카를 마르크스의 동료인 프리드리히 엥겔스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1987년에 쓴 석사학위 논문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군사사상에 관한 일 연구’는 엥겔스가 “무기와 군대 등이 경제적 조건, 즉 그 물질적 기초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썼다. 또 “군사 문제를 그 사회·경제적 조건과의 상호연관에서 인식하는 이러한 관점은 분명 이전의 모든 전쟁 및 군대이론과 자신의 그것을 구분짓는 분명한 특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엥겔스는 중요한 것은 폭력이 아니라 그것이 사용되는 데 필요한 현실적 조건, 곧 폭력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폭력 수단과 생산력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군대만큼 경제적 조건에 의존하는 것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죽하면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폭력도 ‘하나의 경제적 능력’이라고 했다.(<이론> 1995년 봄/여름호에 실린 이 교수의 ‘전쟁, 정치 그리고 자본주의’ 참고)

엥겔스는 군사학의 거장 클라우제비츠를 계승·비판한 당대 일급의 군사이론가였다. 그래서 요즘 군인들이 마치 그의 제자처럼 군비와 경제의 연관성을 내세우며 군비 증강을 외치는 건 이상할 것도 없다. 이상한 건 엥겔스를 높이 사는 좌파들이 군사론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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