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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5 18:27 수정 : 2010.04.15 18:27

여현호 논설위원





한나라당에서 정부의 4대강 실무책임자 문책론이 나왔다. 4대강 홍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여론이 악화해 지방선거에서 불리해졌다는 게 이유다. 한나라당은 이를 만회할 특단의 홍보대책도 찾고 있다고 한다. 과연 홍보의 문제일까?

이미지 조작으로 약간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순 있다. 1차대전 당시 영국의 후송병원은 부상병들을 함부로 대해 큰 비난을 받았다. 영국군은 환자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후송병원을 ‘후송초소’로 이름만 바꿨다. 곧 비난 여론이 잠잠해졌다. 병원이라면 몰라도 초소라면 응급처치 말고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통념이 작용한 탓이다. 정부·여당도 대운하 예비사업이라는 비난을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붙이기로 맞받아치려 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당황하는 것은 기대와 달리 ‘4대강 죽이기’라는 반대 이미지가 확산한 탓이겠다.

믿기 힘든 장밋빛 전망도 4대강 사업만의 일은 아니다. 18세기 후반 러시아는 몽골계 토르구트족을 축출한 볼가강 하류에 독일 농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려 했다. 이주민을 모을 특사가 파견되고, 예카테리나 여제는 ‘이주민의 권리와 지원을 보장한다’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러시아의 선전물들은 온갖 화려한 문구를 동원해 볼가강 하류를 ‘귀중한 광석과 금이 가득한 땅’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1764~66년 102개의 정착촌으로 이주한 독일 농민들은 굶주림과 키르기스족의 침입에 시달려야 했다. 실망한 상당수는 19세기에 미국·브라질 등으로 다시 이민을 떠났다.

‘여론조작의 귀재’라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도 대공황의 책임자로 지목받은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는 실패했다. 나중에 그는 여론을 측정하고 움직이고 재포장할 수는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홍보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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