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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8 20:45 수정 : 2010.04.18 20:45

김종구 논설위원





공무원 시험에 전교조 창립선언문을 인용했다고 트집을 잡고 나선 <조선일보>는 그 문제에 출제된 다른 선언문들을 어떻게 보도·논평했을까.

① 민주구국선언문 : 1976년 3월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발표된 이 선언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의 신호탄이었다. 선언문 초안은 문익환 목사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침묵했다. 그러다가 검찰이 관련자 11명을 구속하면서 ‘일부 재야인사들의 정부 전복선동 사건’으로 포장해 발표하자 ‘검찰 발표 전문’까지 실어가며 그대로 받아썼다. “헌법질서를 유린하는 불법행위 유감”이라는 문화공보부 대변인 성명도 빼놓지 않았다.

② 민정당 창당 선언문 : 1981년 1월15일 민정당 창당대회가 열리자 조선일보는 “책임정치 구현 토대 마련” “정부 이끌 비중있는 힘 기대” 등의 해설기사를 실은 데 이어 17일치 사설에서 “개혁지향적 의도가 각 분야에 걸쳐 의욕적으로 표출” 됐다고 평가했다. 또 대선후보로 추대된 전두환씨에 대해서는 “새 시대 정치지도자의 한 지표를 설정한 노력” 등의 표현을 동원해 치켜세웠다.

③ 호헌철폐 국민대회 선언문 : 87년 6월10일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열린 날은 민정당 전당대회 날이기도 했다. 다음날치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노태우 대통령후보 선출’이었고, 6·10대회 소식은 ‘철통봉쇄 속 도심 경적시위’란 제목으로 옆으로 밀렸다. “정부교체 방해행위 엄단” 등 전두환 대통령의 치사도 크게 썼다.

④ 전교조 창립선언문 : 89년 5월28일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서 전교조 결성식이 열린 다음날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학교가 싸움판 안 돼야’였다. “법을 어기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교사들의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찬양(민정당), 외면(민주구국선언문 등)의 과거는 눈감고 비판(전교조)에만 매진하는 강심장이 놀랍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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