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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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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의 상징 같은 초고층 아파트의 인기도 주춤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값도 꽤 내리고 있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의 기원은 1879년 미국 뉴욕에 세워진 8층짜리 다코타 아파트와 푸에블로 아파트라고 한다. 주변 건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고층’이었지만 요즘으로 치면 저층에 가깝다. 현재 미국은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을 초고층 아파트로 분류한다. 일본은 60m 이상을, 중국은 100m 이상을 이 부류에 넣는다. 한국엔 공식 기준이 없지만 40층은 되어야 초고층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형석씨의 논문 ‘초고층 아파트의 주거동 유형 분석 연구’ 참고) 2005년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됐거나 사업 승인이 난 40층 이상 주거용 건축물은 2056개이며, 47.9%가 중국에 있다. 이어 미국 19.1%, 아랍에미리트 6.5%이고, 76개 건축물로 전체의 3.7%를 차지한 한국이 4위다.(강부성씨의 논문 ‘세계 주요도시의 초고층 주거건축 건설동향 및 특성 비교연구’) 이렇게 한국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인기지만 실제 거주자들이 살기 편한지는 의심스럽다. 2000년 서울 아파트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는, 살기 가장 적절한 층으로 6~10층이 꼽혔다. 2006년의 분당 초고층 주상복합 거주민 조사를 보면, 가장 만족스런 점으로 평형·내부구조(34%), 단지 내 편의시설(12%), 보안 및 외부인 통제(12%)가 초고층의 장점이라고 할 일조권 및 조망권(6%)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불만 요인으로는, 많은 연구조사가 공통적으로 엘리베이터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든다. 아직은 초고층 아파트가 투자가치 면에서 평가를 받지만, 워낙 ‘에너지 과소비형’인 탓에 세계적 에너지 위기라도 오면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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