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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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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커피숍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폴 스타이거 전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장이었다. 그는 그해 5월, 40년을 기자로 보낸 그 신문사를 나왔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이 신문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이 신문이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난 것도 그의 재임기간이었다. 그는 1991년부터 사표를 낼 때까지 16년 동안 편집장을 지냈다. 그의 지휘 아래 신문은 16번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의 앞자리엔 턱수염이 풍성한 스티븐 엔절버그 <오리고니언> 편집장이 앉았다. 그는 18년 동안 <뉴욕 타임스> 탐사보도 전문기자를 지냈다.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라크전쟁 내막을 파헤친 책 <생화학무기와 미국의 비밀전쟁> 저자이기도 했다.
두 명의 베테랑 기자는 그 자리에서 언론의 위기를 얘기했다. 신문사들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었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신문사들은 노골적으로 광고주들에게 매달렸다. “경영진은 기업의 아픈 구석을 건드리는 기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독자들은 여전히 그것을 원했지만 이미 상관없었다. 언론은 이미 광고주들의 것이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폴 스타이거는 블로그에 당시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몇 달 뒤 그 둘에 의해 <프로퍼블리카>라는 인터넷 언론이 탄생했다. ‘돈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표명하자 전·현직 기자 등 850명이 원서를 냈다. 기부도 잇따랐다. 캘리포니아 갑부 샌들러 부부는 매해 1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매체는 올해 한 탐사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이었다.
할 말 하는 언론의 곳간은 비어가고, 돈과 권력 냄새 물씬 풍기는 기사들은 지천이다. ‘피디수첩’에 ‘제발 죽지 말라’고 응원을 보내고, 그런 방송을 지키기 위해 이 회사 직원들은 4주째 파업중이다. 아직 우리 현실은 여기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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