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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26 21:26 수정 : 2010.05.26 21:26

신기섭 논설위원





요즘 이 땅에서 서슴없이 전쟁을 입에 담는 이들이 있다. 한편으론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알고 하는 소린가 싶고, 다른 한편으론 독자적인 군사정보 수집 능력도 의심스런 나라에서 뭔 배짱인가 싶기도 하다. 한국군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군 움직임조차 잘 모른다는 걸 드러내고 말았다. 북한에 대해서 이러니, 월등한 전력을 갖춘 중국·미국·일본 등이 우리 앞바다에서 무슨 일을 벌인들 제대로 알까 걱정스럽다. 이렇게 군사정보 수집 능력도 불안한데 어찌 그리 쉽게 전쟁 이야기를 하는 걸까.

강대국 주변 나라한테 정보 수집 능력은 국운이 걸린 문제인데, 우리 조상들은 이를 잘 안 것 같다. 14세기 말 조선을 갓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겉으론 중국에 대한 사대외교를 표방했으나 뒤론 공격적일 만큼 중국 내부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렸다. 가톨릭대 국사학과 이규철씨의 석사논문 ‘조선 초기(태조대~세종대)의 대외정보 수집활동’을 보면, 명나라는 여러 번 조선의 정탐 행위를 문제삼았다. 태조 3년(1394년)엔 호덕이라는 이의 활동이 말썽이 되자 태조의 아들 정안군(태종)이 직접 명나라를 찾기까지 했다. 명나라 황제는 “이런 험난한 때에 조선왕이 어찌 친자식을 보냈겠는가?”라고 의심했다가 진짜 아들인 걸 알고 태도를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태종은 즉위 후 이런 활동을 많이 줄였으나 세종은 다시 정보 수집에 박차를 가했다. 조선 출신 명나라 벼슬아치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했고, 북쪽의 여진에 대해서는 현지인 포섭 전략을 썼다. 특히 여진족에겐 어떤 정보든 알려주면 진위를 따지지 않고 일단 상을 주는 파격적인 포상규정까지 만들어 시행했다. 조선 초기의 이런 활동이 지금 보면 별것 아닐지 몰라도 미국만 믿고 목소리를 높이는 후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엔 충분할 것 같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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