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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선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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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 중 하나인 <묘법연화경>(법화경)의 ‘약왕보살본사품’에는 약왕보살의 전신인 일체중생희견보살의 소신공양(燒身供養)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과거세 부처인 일월정명덕불한테서 법화경 설법을 듣고 깨달은 중생희견보살은 일월정명덕불과 법화경에 자신의 몸을 공양하기로 하고, 몸에 향유를 바르고 보배옷을 입은 채 스스로 몸을 불사른다. 그 환한 광명은 1200년 동안 온 세계를 두루 비추며 온몸을 다 태운 뒤 꺼졌다고 한다. 불가에서는 소신공양뿐 아니라 팔을 자르는 단비(斷臂), 손가락을 태우는 소지(燒指) 등과 같이 신체 공양을 최고의 보시로 여기는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선종의 2대 조사인 혜가대사가 달마대사에게 부처님 법을 청하며 팔을 잘라 바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1963년에는 불교를 탄압하는 응오딘지엠 베트남 독재정권에 항의해 베트남의 고승 틱꽝득 스님이 사이공 시내 한복판에서 소신공양을 했다. 당시 스님은 거센 불길 속에서도 꼿꼿이 앉아 그대로 산화함으로써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스님들의 소신공양은 부처님 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분신과 다르다. 또 개인적인 좌절이나 절망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살과도 구별된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다르지만 불가의 소신공양에는 불법을 구하기 위해 몸까지 바치는 구법망구(求法忘軀)의 치열한 구도정신이 들어 있다. 5월 마지막날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며 소신공양했다. 인간과 대자연이 모두 한 몸이고 그것이 곧 불법이라고 하는 불가에서는 뭇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이 곧 법의 파괴로 여겨졌을 것이다. 문수 스님도 불법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불사른 것일까. 스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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