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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7 18:41 수정 : 2010.06.07 18:41

여현호 논설위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공보수석인 앨러스터 캠벨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의 실세였다. ‘사실상의 부총리’로 불릴 정도였던 캠벨은 2003년 8월 보고서 조작 논란 끝에 사임했다. 논란은 <비비시> 방송이 그해 5월29일 “이라크전 참전의 명분이 된 2002년 9월의 정보보고서에 캠벨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45분 안에 공격용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대목을 끼워넣어 이라크의 군사능력을 실제보다 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총리실과 캠벨은 거짓이라며 취재원을 대라고 비비시를 다그쳤다. 그 과정에서 발설자로 지목된 국방부의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가 7월18일 자살했다. 이틀 뒤 비비시는 켈리 박사가 취재원이라고 확인했다. 진상조사위가 구성됐고, 캠벨은 곧 사임했다.

‘45분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캠벨은 아직도 이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라크전 참전 과정의 정당성을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언까지 해야 했다. <가디언> 신문은 그가 2002년 9월2일 존 스칼릿 합동정보위 의장에게 메모를 보내, 보고서가 미국 쪽 주장과 “상충되기보다는 (이에 맞춰) 보완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크리켓의 변화구(스핀)처럼 왜곡·조작하는 사람을 ‘스핀닥터’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스핀닥터인 캠벨이 2007년의 요약본에 이어 며칠 전 무삭제판 회고록 1권 <권력의 서곡>을 냈다. 200만 단어에 이르는 일기를 토대로 4권까지 낸다는 계획이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다우닝가의 스핀닥터 때처럼 일기에서조차 사실을 뒤틀기 일쑤라는 것이다.

청와대에도 대통령과 외국 정상의 발언을 멋대로 고쳐 발표하고도 ‘마사지 좀 했다’며 태연한 이가 있다.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비난과 사임 요구도 못 들은 체한다. 직업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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