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08 18:36
수정 : 2010.06.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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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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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 주민들은 또 한번 확고한 한나라당 지지를 보여줬다. 가장 두드러진 지역이 강남구인데,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관악구와 거의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두 지역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강남구민들은 계급적 이해에 따라 후보와 정당을 고르는 ‘계급 투표’를 확실히 실천하는 걸까. 그렇다면 관악구민들도 정반대 성향의 계급 투표를 한 걸까.
적어도 과거 사례 연구는 두 지역의 정치행태 차이가 생각보다 적거나 미묘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세대 사회학과 정병은씨의 박사학위 논문 ‘유권자의 사회자본과 지역주의 투표’는 두 지역의 2004년 17대 총선 투표 행태를 비교한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이득 따위를 뜻하는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강남갑 지역구와 관악을 지역구 주민 각각 300명씩을 분석했다. 당시 선거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열린우리당 바람이 거셌지만 강남갑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확실히 밀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관악구와 아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런 결과에 비하면 두 지역 주민의 행태 차이는 크지 않았다. 투표에 영향을 줄 만한 사회적 관계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지역 모두 대체로 성별, 연령, 교육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렸으며, 지역주의 경향이 꽤 강한 점도 비슷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더 뜻밖인 것은 두 지역 모두 경제 수준이 다른 사람들과 꽤 많이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향은 관악구보다 도리어 강남구가 조금 더 강했다. 강남은 부자끼리 똘똘 뭉치는 지역이라는 통념에 맞지 않는 대목이다.
6년 전의 소규모 연구를 요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강남 사람들을 ‘계급적 이익에 좌우되는 한통속의 부자들’로 단정하는 건 섣부를 수도 있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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