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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9 18:50 수정 : 2010.06.09 18:50

함석진 기자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기계가 나올 수 있을까?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 같은 영화에서 갈 데까지 다 가봤으니 이런 질문은 좀 싱겁다. 그러나 현실은? 거칠게 말해서 첨단 컴퓨터 작동 원리도 결국 종이의 뚫린 구멍과 막힌 곳을 골라 정보를 처리한 조상 컴퓨터 방식이다. 인간이 만든 규칙에 따라 저장소에서 정보를 가져다 제아무리 빨리 조합해내더라도 그것을 ‘생각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간 뇌의 정보처리 과정도 들어가보면 전기신호와 신경전달 물질의 화학적 이동으로 분해되지만, 인간 사유와 기계 작동의 현실적 간극은 아득하다.

튜링 시험이란 게 있다. 서로 보이지 않게 두 사람을 앉히고 말이나 글로 대화를 하도록 한다. 한쪽을 기계로 대체한다. 상대방이 기계로 바뀐 줄 모르면 시험을 통과한 기계로 인정하는 것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고안했다. 이후 60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인류 과학기술은 아직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존 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아예 “인간의 모든 단어와 문장을 ‘암기해’ 능수능란한 통계분석 방식으로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물건이 나와도 난 ‘생각하는 기계’로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은 ‘아이폰4’를 발표하면서 ‘망막(Retina) 액정’이라는 말을 등장시켰다. 인간 망막의 사물 인식 수준이 인치당 300픽셀 정도인데, 아이폰4의 액정은 인치당 326픽셀로 사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지구에서(on this planet) 가장 선명한 액정”은 이제 겨우 우리 망막을 따라왔다. 아이폰4가 나온 지난 7일(미국 현지 시각)은 56년 전 튜링이 독을 넣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다. 애플의 로고는 튜링을 기린 듯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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