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1 22:00
수정 : 2010.06.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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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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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운동사의 가장 비극적인 이름 가운데 하나는 ‘트라이앵글’이다. 여성 블라우스 업체였던 이 회사는 1909년 ‘2만인 봉기’라고 불린 뉴욕 여성의류노조 파업의 진원지다. 파업은 열악한 의류업계의 노동조건을 크게 개선시켰지만 정작 트라이앵글의 파업은 실패했다.
진짜 비극은 2년 뒤인 1911년 3월25일 일어났다. 회사가 있던 뉴욕 애시빌딩의 화재로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토요일 퇴근시간 무렵 8층에서 발생한 불이 9층으로 옮겨붙으면서 노동자 485명 가운데 30%가 희생됐다. 100명은 불에 타서, 46명은 뛰어내리다 숨졌다. 비좁은 작업장엔 수백명이 몰려 있었고 비상구는 잠겨 있었다.
시민들은 여성노동자들이 불을 피해 하나둘 몸을 던지는 장면을 그냥 지켜봐야 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창문 쪽에선 여성노동자들이 화염 속에서 아우성쳤고, 길바닥엔 떨어져 숨진 수십구의 사체가 처참한 몰골로 널려 있었다. 숨진 몇 명은 주급 3달러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사건 뒤 비참한 노동현실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때 가서야 노동 관련 법률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비됐다. 노동자를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100년이 지나 세계의 공장은 중국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선전 폭스콘 노동자 10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중국의 노동현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저임금과 취약한 생활여건 등 자본주의 사회 못지않게 노동착취가 심하다는 소식이다. 미국이 트라이앵글 같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가 된 것처럼, 중국이 오늘의 번영을 이뤄낸 것도 노동자들의 피와 땀 덕분이다. 우리 역시 1960~70년대 노동자들의 희생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 어느 나라나 번영의 밑바탕엔 노동자들의 감춰진 고통과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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