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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7 22:22 수정 : 2010.06.27 22:22

함석진 기자

커피나무는 배꽃처럼 희고 고운 꽃을 피운다. 줄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꽃이 지면, 앵두만한 열매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열매는 빨갛게 익는다. 농부와 아이들은 손으로 훑어 열매를 딴다. 수확기면 아이, 어른들이 자루를 이고 지고서 좁은 산길을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열매는 쌀 도정기 같은 기계에 들어가 외투를 벗고 씨앗만 남는다. 그 씨앗을 물로 여러번 씻고 말리면 생두가 된다. 그 생두를 볶고 갈아서 물에 내린 것이 우리가 마시는 원두커피다.

커피는 열대작물치고는 꽤나 품성이 고고하다. 강한 햇볕도 싫어한다. 농부들은 키가 큰 나무 아래 적당한 그늘을 골라 커피나무를 심는다. 물을 많이 먹고 자라지만, 열매가 익을 땐 땅과 공기가 바짝 말라야 한다. 그래서 우기와 건기의 선이 분명한 땅, 해발 1500~2000m의 높은 땅이 아니면 커피가 잘 되지 않는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회귀선 안쪽에 있는 나라(커피 벨트) 고산지역에서만 질 좋은 커피가 생산되는 이유다.

16세기부터 400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 이후 인도네시아의 강제점령, 인구 4분의 1인 20만명이 학살과 기아,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땅, 동티모르에도 커피나무가 자란다. 황폐한 그곳에서 커피는 유일한 희망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관심을 끈 영화 <맨발의 꿈>에서 주인공은 커피나무로 돈 벌겠다고 그 나라에 들어간다. 땡볕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아이들의 유소년축구팀은 1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아직 원조로 살아가는 그곳 주민들에게 축구공은 이제 희망이 여무는 또다른 둥근 열매가 됐다. 오늘(28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 정부청사 앞 광장에서는 <맨발의 꿈>이 현지어인 테툼어로 상영된다. 영화관도 텔레비전도 없는 주민들을 위해 영화제작사가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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