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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7 23:23 수정 : 2010.07.07 23:23

권태선 논설위원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한국방송>(KBS)에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 자신이 출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이 방송의 지인에게서 들었다고 폭로했다. 한국방송 쪽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며 김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자신들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이 정권 들어 방송가에 끈질기게 나돌던 블랙리스트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어떤 일에 정당한 접근이 금지되는 요주의 인물 명단을 의미하는 블랙리스트란 단어는 영국의 찰스2세가 청교도혁명 때 자신의 아버지 찰스1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재판관 58명의 명단을 리스트로 만든 것에 연원을 두고 있다. 1660년 왕정복고에 따라 복위된 그는 이 리스트를 가지고 아버지의 복수를 했다. 이후 블랙리스트는 각 영역에서 은밀하게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업 주동 노동자 등 기업의 고용기피 대상자 명단이 있었고, 1980년대엔 국립대 대학원 입학이 거부된 학생운동권 출신 명단 논란도 있었다.

연예분야의 블랙리스트로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분 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던 게 대표적이다. 매카시가 미국 사회 각 분야에 공산주의자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폭로하자 영화계에서도 ‘빨갱이’ 의심을 받은 배우나 감독들이 의회반미활동위원회에 줄줄이 소환됐고, 그 결과 영화인 200여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그린 어윈 윙클러 감독의 영화 <비공개>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생업을 빼앗는 이들에게 “당신들은 공산당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소”라고 외치며 정치바람에 휘말려 희생양이 돼야 했던 영화인들을 대변했다. 그런데 그 후 반세기가 훌쩍 넘은 21세기에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우리나라 방송가에서 블랙리스트 논란이 벌어진다. 낯부끄러운 일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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