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1 23:35
수정 : 2010.07.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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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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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문제 때문에 미국 언론인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장수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 토머스가 이스라엘을 비난했다가 물러났고, 최근엔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도자를 추모한 <시엔엔>(CNN) 방송의 옥타비아 나스르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렇듯 중동문제가 금기시되는 이유로는 유대인의 막강한 영향력이 주로 꼽힌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편견이다.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처음 제기한 이 편견의 핵심은 동양을 믿을 수 없고 위협적이며 열등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수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정상적인데다 서양에 복종해야 할 존재로 본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에 널리 퍼져 있지만 이를 특히 부추기는 게 언론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의 언론학자 포아드 이자디와 하키메 사가예-비리아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의 이란핵 관련 사설을 분석해 오리엔탈리즘이 크게 작용하는 걸 확인했다. 이들의 2007년 논문 ‘미국 엘리트 신문 사설의 담론 분석’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가 특히 심한 편견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뉴욕 타임스는 두 신문보다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편견은 신문들이 제시하는 이란핵 해법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 이란과 협상을 할 게 아니라 정치체제를 아예 바꿔야 한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해법이 대표적이라고 두 학자는 지적한다.
중동을 바라보는 이런 편향된 시각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연세대 천지우씨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 지상파 텔레비전 뉴스의 이슬람권 스테레오타이핑에 관한 연구’ 등을 보면, 오리엔탈리즘은 한국 언론의 중동 보도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런 경향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국제뉴스를 서양 언론 보도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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