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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9 18:25 수정 : 2010.07.19 18:25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치수사업 하면 떠오르는 이가 중국 하나라의 시조인 우(禹)임금이다. 그는 아버지 곤(鯤)이 실패한 황하의 치수사업을 이어받아 성공시켰다고 한다. 곤의 치수 방식은 황하가 범람하지 않도록 제방을 쌓고 물길을 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큰비가 올 때마다 제방이 무너져 수많은 가옥과 논밭이 흙탕물에 침수됐다. 우는 아버지와 달리 물이 정리된 수로를 따라 바다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홍수를 막는 데 성공했다.

주(周)나라의 거상이었던 백규(白圭)는 맹자에게 자신이 우임금보다 치수를 더 잘한다고 자랑했다. 제방을 제대로 쌓아 농사를 잘 짓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맹자는 “그대가 틀렸다”며 “우임금의 치수는 자연스런 물길을 따르는 것이어서 사면의 큰 바다를 저수지로 삼았지만 지금 그대는 이웃 나라를 저수지로 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맹자> 고자 하편) 우임금의 치수가 ‘순행 치수’라면 백규의 치수는 ‘역행 치수’라는 것이다.

그 뒤에도 튼튼한 둑을 쌓고 댐을 막아 물길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독일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르강은 2000년부터 시작된 재자연화 공사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재자연화 공사의 총감독인 슈테판 키르너는 “이제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www.hanamana.de/hana) 일본도 모든 댐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대책’ 마련을 고민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의 강 복원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보를 만들어 수질이 나빠지는 걸 일이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게 밀어붙인 4대강 공사의 일부 현장이 지난 주말 내린 장맛비로 흙탕물에 잠겼다. 물길을 거스르는 역행 치수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시작되는 것일까.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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