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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7 20:53 수정 : 2010.07.27 20:53

함석진 기자

우리 몸에 있는 세포 한 개의 크기는 20~30마이크로미터(1밀리미터1000마이크로미터) 정도다. 그 세포 100조개가 모여 몸 하나를 이룬다. 세포는 스스로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데, 사람이 사는 동안 거쳐가는 것을 모두 더하면 1경개를 넘는다. 세포의 핵 안에 디엔에이 다발인 염색체가 있다. 그 실타래를 당겨 풀면 세포 하나에서 나오는 디엔에이 길이는 1.8미터나 된다. 온몸의 것을 연결하면 1억8000만킬로미터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1억5000만킬로미터)를 앞지른다.

디엔에이는 당으로 만들어진 뼈대 사이에 네 종류의 염기가 둘씩 짝을 지어 계단을 이룬 줄사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아데닌은 티민, 구아닌은 사이토신하고만 짝을 짓는다. 계단 위아래 염기들의 배열 순서가 바로 생명의 암호문이다. 사다리 계단(염기쌍)은 30억개다. 우리 몸은 그 부호들이 써내려간 기록을 주형의 틀 삼아 복제하고 작동하고 또 유전한다.

디엔에이가 복제될 때 가끔 원래 설계도와 다른 글자(염기)가 끼어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오타’는 특정한 질병을 부르기도 하지만, 기능 손상 없이 독특한 형질을 낳기도 한다. 99.9% 같은 인간의 디엔에이가 사람마다 다른 것은 여기에 기인한다. 그것을 뒤지는 것이 디엔에이 감식이다. 수사의 정점으로 여겨지지만 한계는 있다. 사람의 디엔에이 코드는 책 수천권 분량이다. 그래서 특정 부분을 띄엄띄엄 대조하는 방식을 쓴다. 많이 비교할수록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이 역시 확률의 범주를 벗진 못한다.

형 확정판결을 받기 전 피의자도 살인·성범죄 등 11개 범죄로 구속되면 디엔에이를 채취해 영구 보관할 수 있는 법안이 며칠 전 시행됐다. ‘생명코드’는 그렇게 0과 1의 언어로 작성되기 시작했다.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눈먼 시계공’처럼, 그 거침없는 질주가 어디를 향할지 우리는 아직 가늠하지 못한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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