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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3 19:23 수정 : 2010.08.03 19:23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뒤 부정축재자로 몰린 이병철 삼성 회장은 6월26일 일본에서 귀국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났다. 그는 “돈 버는 기업인을 죄인시하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박 의장을 설득했다. 그 말이 먹혔던지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환수하려던 쿠데타 정권의 방침은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7월 초순께 박 의장을 다시 만난 이 회장은 벌금을 내는 대신 그 돈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를 받아들이고 체포했던 부정축재자를 모두 풀어주었다. 쿠데타 정권과 재벌의 은밀한 정경유착은 이렇게 시작됐다.

부정축재자를 중심으로 그해 7월17일 경제재건촉진회가 결성됐다. 이 단체는 8월16일 이병철씨를 초대 회장으로 하는 한국경제인협회로 전환됐고, 이 단체는 68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재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의 뿌리가 실제로는 소수 부정축재 기업들의 임의단체였던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때 해체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쿠데타 정권은 경제 재건을 위해 경제인들을 한데 모으고자 61년 10월25일 서울 국제호텔에서 송요찬 내각수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인 간담회를 열어 기존 경제단체를 모두 해산하고 한국경제협회를 창립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경제인협회의 강력한 반발로 이런 계획은 무산됐다. 서슬 퍼렇던 쿠데타 정권의 시도를 좌절시킬 만큼 재벌의 ‘로비력’이 막강했던 셈이다.

최근 전경련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회장 자리가 한 달 가까이 비어 있고,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돌변한 정부와도 외견상 불편한 관계다. 재벌 이익단체로서의 생명력이 다해가는 것 같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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