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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5 22:47 수정 : 2010.08.15 22:47

신기섭 논설위원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외국 공략을 도우려 외국 정부를 압박한다는 건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이를 실증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뉴욕대학의 대니얼 버거 등 4명의 학자가 최근 발표한 논문 ‘상업 제국주의? 냉전시대 정치적 영향력과 무역’은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은 1947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했던 나라들이 미국과 어떤 무역관계를 맺었는지 분석했다.

비밀 해제된 중앙정보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시기에 중앙정보국이 한번이라도 개입해 공작을 편 나라는 50개국이다. 1940년대에는 중앙정보국이 한해에 대체로 10개 나라의 내정에 개입했는데, 1970년대엔 한해 30개국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앙정보국의 개입은 남미,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집중되었다.

중앙정보국의 공작이 성공한 뒤 해당 국가의 전체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0.5% 정도 늘었다고 한다. 특히 독재국가일수록 두드러져 미국의 비중이 평균 17.8%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국가의 경우는 이 수치가 2.1%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런 나라들의 대미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정치가 무역에 끼치는 영향은 미국의 수출 품목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의 수출이 주로 늘었다. 또 이런 미국 제품을 수입한 곳은 민간기업보다는 정부기관이라고 한다. 미국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상대국 정부에 떠넘겼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런 행태를 냉전시대 유물로만 보긴 어렵다. 한국에서 인기 없는 미국 자동차 수출을 위해 미국 정부가 요즘 압박을 가하는 걸 볼 때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정보기관의 사전 공작이 없다는 정도 아닐까 싶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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