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4 18:42
수정 : 2010.08.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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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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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고위공직자 추천과 관련해 조금 더 엄격한 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현재 진행중인 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투기, 논문 중복게재 등 각종 의혹이 고구마줄기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지시다.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은 인사 추천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부적격 후보자들이 추천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인사검증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생긴 문제는 아니다. 문제를 문제로 인지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 자신을 비롯해 이 정권에서 고위직에 임명된 인물치고 그런 문제가 없었던 인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에 없을 정도니 그 정도 흠결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런데도 이 시점에 대통령이 검증 기준을 언급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문제 후보자를 교체하겠다는 뜻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늉으로밖에 안 읽힌다. 자신의 책임을 제도의 책임인 양 호도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말이 이처럼 진정성 없는 정치공학적 수사로 떨어지게 되면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공직자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공적 이익을 지키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금 문제되는 인사들은 사익을 위해선 공적 이익 훼손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인사들을 등용하면 왜 안 되는지 알고 싶다면 <논어>의 위정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공자는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 하고 묻는 애공에게 “곧은 사람을 천거하고 굽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이 복종하지만, 굽은 사람을 발탁하고 곧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이 불복한다”고 답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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