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5 20:49
수정 : 2010.08.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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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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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심리학자인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크 하우저 교수가 실험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 최근 공개됐다. ‘하버드’라는 이름값에, 대중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하우저’라는 이름값까지 더해지면서 파장이 만만찮다.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 사건에 ‘하우저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미국 교육전문지 <고등교육 크로니클>이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걸 보면, 하우저의 실험 결과 조작은 실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우저는 솜털머리타마린 원숭이의 규칙 습득 능력을 알아보려고 ‘위위디’, ‘르위위’처럼 배열 순서가 다른 소리를 들려줘서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원숭이의 반응이 녹화된 화면을 하우저와 한 연구원이 각자 보면서 기록했는데 두 기록이 영 딴판이었다. 하우저의 기록은 원숭이가 규칙을 알아채는 걸로 나온 반면, 다른 연구원의 기록은 차이를 모르는 걸로 나왔다고 한다. 몇몇 연구원이 재검증을 요구했으나 묵살됐고, 논문은 하우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돼 학술지에 발표됐다고 한다.
항의했던 연구원들은 자체 검증을 거쳐 대학 당국에 사건을 신고했고 이로부터 3년 만에 논문 취소 결정이 나왔다. 그런데 하버드대학은 사건을 쉬쉬하다가 한 신문이 보도하고서야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아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우저에 대한 징계 여부도 불분명하다. 하우저는 사태가 공개될 때쯤 휴직했으나 이는 학교 쪽 징계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그는 논란이 잦아든 뒤 조용히 복귀할지도 모른다. 혹시 그렇더라도, 유명 학자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 연구원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부정을 폭로하는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값어치 있는 일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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