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8 18:47
수정 : 2010.09.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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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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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3명의 총리·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사건으로 물러난 뒤 ‘공정한 사회’란 기치가 사방에 펄럭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에 악수가 된 사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8·15 경축사에서 후반기 국정지표로 내걸었던 것을 다시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게 공정사회론에 대한 보고서를 낸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지적처럼 “가치와 신념이 부족해 보였던 정부”가 공정사회를 들고 나오니 국민들로선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단순히 정치적 책략에 따른 수사인지 진정한 인식의 전환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탓이다.
국어사전에서 ‘공정’이란 낱말을 찾으면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풀이가 나온다. 한영사전에선 ‘저스티스’(justice)나 ‘페어니스’(fairness)로 번역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둘을 합친 개념이 공정이란 우리말의 뜻에 가장 적합할 듯하다. 정의론의 대가인 미국의 존 롤스는 “진리가 사상 체계의 첫째 미덕인 것처럼, 사회제도에선 정의가 제일의 미덕”이라고 말했다. 공평과 정의가 사회를 지탱하는 바탕이 돼야 한다는 뜻일 터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이 기본적 욕구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실험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연구 결과, 공정함에 대한 반응이 기록되는 뇌의 부분은 음식물에 대한 반응이 기록되는 부분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최근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런 기본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정사회란 화두를 한낱 정치적 수사로 끝내서는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읽어낼 때만 비로소 공정사회는 구호를 넘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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