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28 18:47
수정 : 2010.09.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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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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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회사의 단말기 보조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무선호출기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풀었다. 이동전화 보조금은 1996년 한국이동통신의 독점 구조가 깨지고 신세기통신이 경쟁 사업자로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는 과열경쟁을 이유로 2000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보조금을 금지하다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개편된 뒤에야 비로소 규제를 풀었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4일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보조금 규제를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입법 절차도 없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의 이용자 차별(요금, 번호, 전기통신설비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조항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제조사 장려금과 1인당 예상수익을 합한 27만원을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내놨다.
27만원을 넘으면 차별이고, 그 이하면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가 참 희한하다. 이런 식이라면 경품이나 보조금을 주는 모든 행위를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 또 기업의 적정 마케팅 비용을 정부가 계산해줘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궁금할 정도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회사 이익이 줄었다 해도 다른 이용자의 손해인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주주의 손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규제의 근거인 ‘이용자 차별’은 사실 갖다 붙인 구실에 불과한 셈이다.
한 가지 의문이 더 있다. 보조금을 규제한다고 정부 주장처럼 통신요금이 내려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알고 통신회사도 안다. 이미 오래전에 실패로 결론이 난 정책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소비자 보호보다 방통위의 제 몫 챙기기란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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