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29 18:47
수정 : 2010.09.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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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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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해 3대 권력세습을 가시화하자 ‘김일성 왕조’란 비판이 뜨겁다. 가문에 속하는 신분·재산·직업 등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일이라는 세습의 사전적 정의에 비춰보면 북한 정권은 통치권력을 가업으로 간주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권력을 세습하는 왕조의 기원은 중국 하나라로 알려져 있다. 순임금은 황허 치수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등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 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우임금은 죽음이 임박하자 그동안 나라 안에서 최적임자를 뽑아 왕위를 물려준 전통을 버리고 아들 계에게 왕위를 물려줬는데 이것이 권력세습의 효시다.
군주제를 채택한 나라를 제외하고 현대에 와서 최고 권력을 3대에 걸쳐 세습한 나라는 아직 없지만 권력세습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운 대만에선 장제스 전 총통 사후 아들 장징궈가 권력을 승계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65년 독립 당시부터 26년간 집권했던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이다. 30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하페즈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사후 그의 뒤를 이은 것은 차남 바샤르였다. 또 1981년부터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내년 선거에서 아들 가말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한다.
최고 권력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의원들이 지역구를 자식들에게 물려줘 세습하게 하는 일 역시 비일비재하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경영권 세습이 일반적인 행태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아들에게 교회를 넘겨줘 세습 논란을 빚는 목사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가 되었건 권력자의 아들딸·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권력을 거머쥐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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