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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04 09:49 수정 : 2010.10.04 09:49

신기섭 논설위원

배추 파동으로 자칫하다간 밥상에서 김치가 사라질 판이다. 오래전부터 김치는 밥만큼 중요한 음식이었지만, 지금 먹는 형태의 김치가 밥상의 단골이 된 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배춧잎 사이사이에 고춧가루로 버무린 양념을 넣어 만든 통배추김치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김치와 많이 다른 형태다.

숙명여대 박채린씨의 석사논문 ‘문헌고찰을 통한 20세기 전반 김치제조 연구’를 보면, 결구형(잎이 여러 겹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든 형태) 통배추가 널리 재배된 때는 19세기 중반 이후다. 통배추 자체는 그전부터 있었지만 재배법이 발달하지 못해 중국에서 종자를 들여와 3년만 지나면 퇴화했다고 한다. 1850~60년께 통배추가 퍼지기 전에 주로 먹던 김치는 여러 채소에 해산물과 젓갈을 넣고 간국을 부어 만드는 섞박지였다. 간국 대신 장에 절이는 장김치, 찐배추에 생선살이나 마른 새우살을 넣어 만든 숙김치라는 것도 있었다.

통배추의 보급은 김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배추김치, 쌈(보쌈)김치 등 새로운 종류의 김치가 등장하면서 전래 김치들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배추김치는 초기엔 통배추에 간국을 부어 만드는 비교적 소박한 형태였는데, 1910년께 배춧잎 사이에 양념을 집어넣는 방법이 등장하는 등 점점 고급화했다. 이렇게 배추김치가 발달하면서 1940년대에 오면 섞박지나 장김치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만다.

3000년 동안 200여 가지의 다양한 김치류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통배추김치가 밥상을 점령한 사건은 김치의 획일화로 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채소를 갖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먹던 전통은 사라지고 대량 생산한 공장 김치가 지배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이번 채소값 파동이 고비를 넘기면 조상들이 먹던 다양한 김치를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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