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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1 20:30 수정 : 2010.10.12 09:27

김종구 논설위원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 중 시상식에 본인 대신 가족이 참석한 사람은 세 사람이다. 아웅산 수치와 레흐 바웬사,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가 그들이다. 특히 사하로프의 경우 소련 당국이 출국을 불허했으나 마침 부인 옐레나 보너가 눈 치료차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어 남편 대신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상자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를 두고 ‘제2의 옐레나가 되는가’ 하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류샤와 옐레나는 인권운동가의 아내로서 여러모로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다. 옐레나도 1980년 사하로프가 변방도시인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유배되자 모스크바를 오가며 사하로프의 글을 바깥에 전달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81년에는 남편과 함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옐레나가 사하로프와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인권운동가로 이름이 높았다면 류샤의 삶은 류샤오보와 만나면서 크게 바뀐 경우다. 류샤는 올해 2월 영국 <업저버>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고 중국 사회가 변화하리라는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남편과 살게 되면 비록 정치에 관심을 쏟지 않아도 정치가 당신에게 관심을 쏟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08헌장 작성 당시 남편을 이렇게 말렸다고 한다. “아마 당국이 누군가를 체포한다면 당신이 첫번째가 될 것이고, 집을 압수수색하면 우리 집이 첫번째가 될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당신을 감옥으로 면회간다면 그것은 나일 거예요.” 그 예언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류샤는 류샤오보의 표현대로 ‘보이지 않는 감옥’ 안에서 처절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류샤를 보노라면 우리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투옥된 인사들의 부인·어머니들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여리기 때문에 더욱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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