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3 20:22
수정 : 2010.10.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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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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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과 이 조사단의 보고서에 의혹을 제기해온 서재정·이승헌 교수 쪽이 끝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보통 사람은 어느 쪽을 더 믿을까?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믿고 싶은 주장’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얼마나 신념에 좌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험 하나가 얼마 전 발표됐다. 미국 예일대 법대 댄 커한 교수 등 세명의 연구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일반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실험해 지난 9월 <위험 연구 저널>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과학적 합의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논문의 결론은,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 신념에 가까운 주장과 이런 주장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건 아무리 많은 과학자가 지지하더라도 잘 믿지 않으려 한다.
연구팀은 미국인의 이념 성향 등을 고려해 뽑은 1500명에게 가공의 과학자를 내세워 과학계에서 대체로 합의가 이뤄진 주장을 설명하게 했다. 그리고 설명을 접한 이들의 반응을 관찰했더니, 좌파(논문의 표현으로는 ‘평등주의적/공동체 지향적’)와 우파(‘위계 지향적/개인주의적’)가 아주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좌파의 78%는 과학계에서 합의가 된 것이라고 인정한 반면, 우파 가운데는 19%만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방사성 폐기물을 깊은 바다에 저장하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과학계의 지배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로 우파들이 더 신뢰하는 반응을 보였다.
과학계에서 합의된 것조차도 기존 신념에 부합해야 수용한다니, 더 이념적인 쟁점에 대한 합의는 얼마나 어려울까. 이런 상황에서 소통이라도 하려면 차이를 서로 존중하는 자세라도 있어야 하겠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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