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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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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20년 이상 장수한 최고경영자(CEO)가 셋이나 된다. 창립자 찰스 코핀이 21년, 제라드 스워프가 31년, 잭 웰치는 20년을 회장으로 지냈다. 그럼에도 이들의 성향은 완전히 달랐다. 대부분의 회장들이 전임자와 다른 길을 걸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취임 즉시 전임자 렉 존스가 아끼던 자회사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그러나 후계자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은 없었다. 오래전에 후계자를 미리 선정해뒀기 때문이다.
금융계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를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 반열에 올린 사람은 존 와인버그였다. 그는 1976년 대표직을 맡은 이래 1990년 스티븐 프리드먼과 로버트 루빈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때까지 14년 동안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잡음이 전혀 없었다. 5년 전에 후계자로 지명해두고 단계적으로 경영권을 넘겼다. 이 때문에 경영 위기는 있었지만 경영권 분쟁은 없었다.
훌륭한 기업에는 장수 경영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가 장수하려면 그에 걸맞은 투명한 경영과 합리적인 후계자 선정 절차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 전횡과 경영권 분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년을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으면서 내정된 후계자 없이,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최고경영자였다. 경영권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그는 물러날 때를 준비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차명계좌로 5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회장 자리를 연임하는 데 매달렸다. 라 회장이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의 압박에 못 이겨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등기이사 자리는 끝까지 내놓지 않았다. 아직도 미련이 있어 회생의 끈을 남겨둔 것일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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