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29 21:13
수정 : 2010.11.2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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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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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경기 중계방송에서 해설자가 흔히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다. 수비 위주 선수가 이기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주장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전쟁에서도 공격 위주 전략이 최선일까? 몇몇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렇게 믿는 정치인이 상당히 많다.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밴 에버라는 공격보다 방어가 더 유리한 상황에서도 많은 나라가 공격이 유리한 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사례로 1차 세계대전을 꼽는다. 1차대전 때는 철조망과 기관총의 개발 등 무기 측면이나 국제정세 측면에서 볼 때 방어가 유리한 국면이었지만, 당시 유럽 국가의 정책결정자 대부분은 공격이 유리하다고 믿었다. 밴 에버라는 이런 현상을 ‘공격 우위 신화’라고 부르면서 이를 1차대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같은 미국 정치학자인 잭 스나이더는 1차대전 당시 프랑스나 독일 등의 군사정책 과정을 비교분석해 공격적 군사전략이 형성된 요인을 분석했다. 프랑스의 경우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다가 궁지에 몰린 군부가 위기 모면책으로 ‘17계획’이라는 공격적 군사전략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는 경직되고 중앙집권적인 군 조직이 공격적 전략을 선호했다고 한다. 또 1866~1945년 독일, 1868~1945년 일본, 1830~1890년 영국, 1945~1991년 소련, 1945~1991년 미국은 ‘공격 우위 신화’보다 한층 확대된 ‘제국의 신화’에 빠졌다고 그는 주장한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장성욱씨의 2009년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공격 우위 신화’와 선군정치>는 냉전 이후 북한을 ‘공격 우위 신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논문이 주장하듯 정말 북한이 여전히 공격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남북한 모두에게 크나큰 불행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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