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2.01 20:42 수정 : 2010.12.01 20:42

권태선 논설위원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전문 폭로로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대니얼 엘즈버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칭 위키리크스 편집국장 줄리언 어산지가 이번 일을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비교하는 까닭이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의 장본인인 엘즈버그는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 박사로 잘나가는 국방 전문가였다. 국방부를 거쳐 2년간 베트남에서 근무했고 귀국한 뒤엔 랜드연구소에서 베트남전에 관한 기밀문서를 가지고 일급기밀 연구를 수행할 정도였다.

그러던 그의 일생은 1969년 큰 전기를 맞게 된다. 반전집회에 참석한 그는 랜디 켈러라는 징집거부자가 “이제 감옥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을 봤다. 옳고 그름을 진지하게 숙고해서 징집 대신 감옥을 선택한 이 건실한 젊은이를 보고서 그는 “(미국) 정부가 불의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각성은 베트남전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자료였던 기밀문서를 복사해 일부 의원과 언론에 은밀하게 전달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 기밀문서는 1971년 6월 <뉴욕 타임스>와 뒤이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뒤에 ‘펜타곤 페이퍼’로 불리게 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그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것도 모자라 불법도청과 정신병력 조사 등 온갖 불법수단까지 동원해 매장하려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73년 그는 무죄방면됐다.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어산지에게도 간첩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엘즈버그는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침묵과 거짓 때문이지 진실 때문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국가이익을 위한 기밀유지란 관리들이 보신을 위해 만들어낸 허구라는 것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