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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3 20:17 수정 : 2010.12.13 20:17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애덤 스미스는 그의 대표작 <국부론>에서 자연가격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어떤 상품을 생산·가공하고, 시장에 반입하기 위해 사용된 지대, 임금, 이윤을 ‘자연율에 따라’ 반영한 가격을 상정한 것이다. ‘자연율’이라는 표현이 모호하긴 하지만 어떤 사회가 처한 환경이나 발전 정도에 따라 그 사회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용인하는 적절한 수준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장에서 자연가격에 팔리는 상품은 거의 없다. 일부 밍크코트나 고급 여성용 화장품의 시장가격은 자연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다. 비쌀수록 품질의 우수성이나 구매자의 높은 지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가격이라 하는데,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대단히 불합리한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이 마음으로 동의하는 경우에 형성된다.

자연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헐값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패스트푸드업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맥도널드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맥도널드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때 시중가의 3분의 1 수준인 300원에 팔았다. 해당 상품에서는 손해를 본다고 해서 로스 리더(loss leader)라고 부르지만, 헐값 상품으로 많은 고객을 유인해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내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같은 물건을 하나 더 사면 그 상품은 50% 할인해 주는 전략은 좀더 고도화된 로스 리더 마케팅이다. 마치 두 개의 상품을 모두 반값으로 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최근 논란을 빚은 이마트 피자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도 전형적인 로스 리더 마케팅이다. 실제로 의도하는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사회적 압력’으로 치킨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도 받았다. 사회 구성원의 용인 수준을 넘어서는 로스 리더 마케팅은 설 자리가 없다는 걸 보여준 실패한 마케팅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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