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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8 18:40 수정 : 2010.12.28 20:08

여현호 논설위원

어느 나라에서건 범죄조직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의 산적떼에서 비롯된 조직범죄 집단 ‘은드랑게타’는 2차 세계대전 뒤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섰다. 오랜 수입원이던 갈취와 납치 외에 담배와 마약 밀매에 손을 대더니, 도시로 진출해선 정치인들과 결탁해 지역 건설공사 대부분을 장악했다. 은드랑게타는 합법 영역에선 부동산·소매점체인·식료품 회사의 소유주가 됐지만, 그늘에선 주요 마약거래상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 거래조직이다. 독극물과 방사성 폐기물 불법투기 사건을 주도하는 등 환경범죄라는 새로운 범죄영역도 창출했다. 환경범죄는 이제 미국 마피아와 홍콩 삼합회까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CFC)가스 밀거래에 나서는 등 21세기 조직범죄의 첨단 수익모델이다.

발트해 연안에선 마약·매춘 등 조직범죄의 전통적 수입원 말고 사이버범죄와 돈세탁이 극성이다. 2005년 미국 증권거래소가 적발한 에스토니아의 한 회사는 중요한 기업정보를 해킹으로 훔쳐내 주식 거래에 이용함으로써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많은 금융회사가 본거지를 두고 있는 라트비아에선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킹, 서비스공격, 사이버 강탈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금융범죄를 막는 데 필요한 여러 정책이 부정부패 탓에 적절하게 집행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분식회계 등을 통해 회삿돈을 횡령한 폭력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갈취나 협박, 유흥업소 운영 따위에 머물렀던 폭력조직이 건설시행업·대부업·오락실 운영 등을 거쳐 이제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주가 조작 등 금융범죄까지 진출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됐다. 과거 살인·폭행이 대부분이던 조직범죄 검거자도 이젠 절반 이상이 경제범죄라고 한다. 실제 그런 식의 경제범죄가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한 탓에 조폭까지 주먹을 앞세워 덤벼들고 있는 건 아닐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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