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라 갑자생’은 육십갑자의 첫해인 갑자년에 태어난 이들이 재주가 뛰어남을 뜻했다고 한다. 그런데 1924년 갑자년에 태어난 이들은 일제 말에는 대거 징용으로 끌려가고, 해방이 돼서는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수없이 희생됐다. 그래서 이 말은 훗날 “우리 정말 고생한 세대야”란 뜻으로 변했다.
개띠 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1958년에 태어난 이들은 특별히 ‘58년 개띠’라고 따로 불린다. 이들은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를 상징한다. 콩나물 교실에서 학교교육을 받았고, 이들 때문에 입시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58년 개띠’란 표현에는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렇게 성공했다는 개인적 자부심이 담겨 있기도 하다. 부활한 상대평가식 내신등급제를 적용받는 올해 고교 1학년생들은 자신들을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는데, ‘58년 개띠’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쌍팔년 군대’란 말도 있다. 쌍팔년은 단기 4288년, 곧 1955년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엄격하던 군기가 조금 풀어진 시절이다. 60~70년대에 선임병들은 후임병에게 불만이 있으면 “여기가 쌍팔년 군대냐”며 닦달하곤 했다. 요즘 선임병들도 “군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흔히 쓴다고 한다. 그러나 군생활이 즐겁고 보람있다는 이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병영의 구시대적 문화가 아무리 고쳐져도, 그 속도가 민간보다 훨씬 느린 탓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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