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1.04 20:34 수정 : 2011.01.05 08:32

신기섭 논설위원

미국 등지에서 대중적으로 이목을 끄는 신생 의료분야 가운데 정신신경면역학이 있다.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다. 쉽게 말해 신체와 정신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질병을 연구하는 시도다.

정신신경면역학이라는 말은 1975년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심리학자 로버트 에이더와 면역학자 니컬러스 코언이 만들었다. 두 사람은 쥐에게 인공감미료 사카린을 넣은 물과 면역을 억제하고 구토를 일으키는 약물을 함께 주입했다. 단맛과 구토를 반복해서 겪은 쥐 가운데 상당수는 사카린이 든 물만 먹여도 죽었다고 한다. 두 학자는 추가 연구를 진행해 뇌의 신경계에서 보내는 신호가 면역기능에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냈다.

이후의 다양한 연구는 스트레스나 감정상태가 면역기능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불행한 결혼생활로 고통받으면서 감정까지 억제한 여성은, 불행하지만 감정을 적절히 해소한 여성보다 4배나 사망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1700명을 추적한 결과다. 한걸음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대니얼 시걸은 ‘대인관계 신경생물학’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었다.

이런 주장들을 무턱대고 믿는 건 곤란할지 모른다.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한림대 의대 정신과 김도훈 교수는 ‘정신신경면역학 개관’이란 논문에서 스트레스 치료가 특정 질병의 발생, 진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신과 육체적 건강의 연관성을 알리는 데 열심인 캐나다 의사 가보 마테도 기존 방식을 헐뜯자는 게 아니라 관점을 넓히자는 거라고 말한다. 아무튼 건강을 위해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분노를 적절히 해소하라는 지적만큼은 암울한 시대를 겪고 있는 이들이 기억할 만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