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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8 22:02 수정 : 2011.01.18 22:02

권태선 논설위원

내전의 땅 수단에도 평화는 오는가? 남부 수단의 독립을 결정할 주민투표가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다음달 15일 공표될 최종 개표 결과가 유권자의 60% 이상이 참여해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 남부 수단은 올 7월 세계 193번째 독립국이 된다. 주민들의 독립 열망을 고려할 때 독립안 통과는 기정사실로 여겨지지만, 독립과 그 이후의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인 수단의 내전으로 점철된 역사는 영국 식민지 정책의 유산이다. 수단 북부 지역은 역사적으로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이 주로 거주한다. 남부 지역은 기독교와 민속신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수단을 식민지로 삼은 영국은 두 지역에 별도 행정기구를 두어 통치함으로써 이런 차이를 심화시켰다. 심지어 1924년부터는 말라리아의 확산을 막는다며 북위 10도 이북에 사는 사람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8도 이남에 사는 사람은 북쪽으로 갈 수 없게까지 했다. 또 남쪽 지역에 이슬람교 포교를 차단하고 기독교를 전파했다.

영국이 뿌린 분쟁의 씨는 수단의 독립 1년 전인 1955년에 내전으로 발화했다. 72년까지 지속했던 내전은 세계교회협의회의 중재로 남부 수단에 자치를 주기로 하고 끝났다. 하지만 북부의 집권세력이 남부마저 이슬람화하겠다며 83년 성전을 선포하면서 내전이 재개됐다. 이 내전은 20년 넘게 지속되며 20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고 400만명 이상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끝에 2005년 평화협정으로 간신히 종결됐다. 이번 투표는 그 평화협정에 따른 것이다.

수단조차 평화적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데, 한반도의 남과 북은 아직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해 한국전쟁조차 공식적으로 끝내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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