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1.30 19:07 수정 : 2011.01.30 19:07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7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아서 번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했다. 현직 부통령으로 출마했던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에 패배한 게 긴축정책 탓이 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번스 의장은 이를 받아들여 돈줄을 느슨하게 풀었고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정부는 늘 중앙은행을 손아귀에 넣어두려 한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금리 결정권을 이용해 경제성장이란 정치적 업적을 쌓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정부에 장악돼 독립성이 훼손되면 어김없이 인플레이션이란 후유증이 찾아왔다. 닉슨도 비록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하차한 1974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2.3%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준이 물가안정 기관으로서의 독립적인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은 1979년 폴 볼커 의장이 취임하고서부터다. 그는 당시 두자릿수로 치솟은 고물가를 잡고자 강력한 고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87년 물러날 때까지 유지한 고금리로 탄탄해진 경제 체력은 미국이 90년대 이후 장기호황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는 미국민의 절대적인 신뢰와 함께 ‘20세기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민병도 전 한은 총재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는 명주실 같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끊어져서도 안 되지만 너무 굵어서 동아줄이 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한은 독립성에 대해 한은 직원의 91.8%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 한은 총재로 올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지만 너무 충격적인 수치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굵직한 동아줄로 연결돼 있는 듯싶다. 그로 인한 물가불안으로 고통받을 서민들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