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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
올해는 광복 60년, 다른 말로 분단 60년이 되는 해다. 강원도는 한국전쟁 발발 55돌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비무장지대(DMZ) 60, 환경과 평화’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열었다.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리고 개발이 뒤처진 강원도를 오히려 평화와 환경, 문화와 관광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유엔생태평화센터 설립도 논의되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전쟁으로 철저하게 파괴됐다가 자연에 의해 ‘생태의 보고’로 되살아난 땅이다. 평화와 환경의 메시지로 이보다 더 극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비무장지대는 사실은 이름과 정반대의 중무장지대다. 폭 4㎞, 길이 240㎞의 비무장지대는 그대로 지뢰밭이다. 풀과 나무·동물들은 그런 곳에서 생명의 승리를 일군 것이다.
2000년 9월18일 착공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공사는 비무장지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를 확인시켜줬다. 남쪽 도로와 철도가 놓일 폭 80m, 길이 12㎞의 땅에서 무려 10만여발의 지뢰를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긴 피브이시 파이프에 폭약을 채워넣은 파괴봉을 땅위에서 터뜨려 노출된 지뢰부터 폭파시켰다. 그리고 고압 살수차로 물을 뿌려 남아 있는 지뢰를 드러내 수거했다. 그래도 남은 것들은 방탄 굴착기로 긁어내고 특수 불도저로 땅을 파 찾아냈다. 그러고 나서야 방호장비를 착용한 병사들을 투입해 지뢰탐지기와 탐침으로 땅바닥을 비로 쓸듯 뒤져냈다. 공사비 1547억원 가운데 35% 이상이 지뢰제거 비용이었다고 한다. 어렵게 되살아난 자연과 그 밑에 묻힌 문화유적까지 이 과정에서 깡그리 망가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난 희생 위에 생성된 ‘평화와 환경의 땅’을 값진 자산으로 승화시키려면 특별한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 교류가 확대되더라도 최소한의 연결 부분 외엔 지뢰지대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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