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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이슬람 금융 / 정석구 |
이슬람 성전인 코란에는 “상업에 의한 이윤은 허락하나, 고리대금에 의한 이자는 금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리대금은 높은 이자가 아니라 원금 이외의 모든 이자를 뜻한다. ‘이자 금지’는 이슬람 금융의 대원칙이다. 이밖에도 이슬람 금융은 투기적인 목적의 거래와 이슬람 교리에 위반되는 술, 도박, 돼지고기, 무기 등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970년대 초 이슬람 은행이 출현했을 때 모두 유토피아적 이상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고유가로 오일달러가 쌓이면서 이슬람 금융은 해마다 15%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 거래의 대표적 형태인 무라바하도 이런 원칙을 충실하게 반영한 은행 상품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살 돈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이슬람 금융기관은 차를 직접 구입한 뒤 구매 원가에 적당한 이윤을 붙여 이 사람에게 팔고, 자동차 구입자는 대금을 할부로 갚는다. 금융기관이 자동차 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우리와는 다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 채권(수쿠크)도 마찬가지다. 조달할 자금으로 투자할 실물자산(건물이나 기계설비 등)을 미리 정해 놓고 채권을 발행한다. 채권 투자자는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실물자산 운용에서 나온 임대료나 매매차익 등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수쿠크는 풍부한 이슬람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발행액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쿠크 발행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이슬람 채권법’을 통과시키려던 한나라당은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를 유보했다. 정교분리 국가에서 특정 종교가 교리상의 이유로 정책을 좌절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 금융의 흐름과 동떨어진 후진적 행태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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