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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석유의 종말 / 정석구 |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08년 11월 펴낸 <글로벌 트렌드 2025>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세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 기술 9가지를 제시했다. 생물노화, 에너지 저장, 생물연료, 청정석탄,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 등이 그것인데, 3가지가 에너지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에너지 관련 기술이 미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임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특히 탈석유 시대의 에너지 기술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같은 생물연료 사용이 활성화되면 석유 수요가 줄고, 국가간의 석유쟁탈전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생물연료는 2025년까지 석유기반 연료의 25%를 대체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발달로 수소를 생산·저장하는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미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화석연료 중심에서 수소 기반 경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탈석유 시대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어제오늘 시작된 게 아니다. 지난 2004년 미국 에너지국은 2020년까지는 전세계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은 당장 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 경제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석유의 종말을 예고하며 <파티는 끝났다>를 쓴 리처드 하인버그의 경고는 훨씬 강력하다. 그는 ‘공짜’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석유의 종말에 대비해 인구 일인당 자원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재배치하고,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마당에 우리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대규모 유전 개발권을 확보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것도 아랍에미리트가 석유의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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