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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백두산 대폭발 / 정남기 |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은 1815년 4월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에서 분출한 탐보라 화산이다. 주변 40㎞가 용암으로 뒤덮였고, 150㎦의 분출물이 쏟아졌다. 분출된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 하늘을 뒤덮으면서 이듬해 여름 유럽에선 눈과 서리가 내리는 등 마치 핵겨울과 같은 상태가 지속됐다. 최근에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 있었다. 화산재가 지상 40㎞까지 치솟았고, 분출된 화산재는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뒤덮었다. 지난해엔 아이슬란드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두달 가까이 유럽을 뒤덮었고, 곳곳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화산의 규모를 가늠하는 화산폭발지수(VEI)로 보면 아이슬란드 화산이 5, 피나투보가 6, 탐보라가 7이었다. 폭발지수가 1씩 올라갈 때마다 규모는 10배씩 커진다. 아이슬란드를 기준으로 피나투보 화산은 그 10배, 탐보라는 100배 규모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화산의 분출물이 0.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탐보라 화산은 분출물 면에서 1500배 규모였다.
백두산이 10세기 전후에 탐보라보다 큰 대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 요즘 정설이 되고 있다. 분출물은 150㎦로 비슷했지만 화산폭발지수는 7.4로 규모가 훨씬 컸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대의 화산 분출인 셈이다. 몇년 전부터 백두산이 새로운 폭발 조짐을 보인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천지 아래 2~5㎞에 있는 마그마층을 중심으로 화산성 지진이 빈발하고 있으며, 수온이 높아지고 나무가 말라죽는 등 분출 조짐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험한 화산 중 하나”다. 북한이 며칠 전 백두산 화산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해왔다. 일본 대지진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백두산 화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일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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