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29 21:39
수정 : 2011.03.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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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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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고에 이용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섹스어필’처럼 과학이 광고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침대는 과학’이란 카피는 한 실례일 뿐이다. 그만큼 과학이란 말은 신뢰의 보증수표다.
과학과 거리가 먼 정치나 종교 역시 과학을 이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공산주의의 별칭은 과학적 사회주의였고, 신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논증하느라 평생을 보내기도 했다. 히틀러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과학적 결론 운운하기도 했다.
무지는 공포를 낳는다. 과학은 예외다. 과학적 무지는 맹신으로 이어진다. <대재앙>의 저자 리처드 포스너 교수(시카고대학 로스쿨)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이런 과학숭배주의의 해악을 거듭 경고했다. 그것이 초래할 재앙은 의심하지 않고, 유일한 극복 수단으로 맹신하는 태도는 대재앙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20세기 말 유럽연합에서 과학적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무지와 맹신을 걱정했다.
그러나 과학의 객관성의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불확정성 정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그리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등. 게다가 과학은 정치 경제 사회적 이해관계에 깊이 영향을 받는 한계를 거듭 드러냈다. 황우석 사건은 작은 한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은 창조론을 맹신하는 개신교 장로지만, 과학의 정치적 이용엔 발 빠르다. 그는 지난주 “방사능 낙진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비과학적 억측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미 소문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은 그즈음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제논(크세논)을 이미 검출했음이 드러났다. 사이비 과학을 앞세워 정치적 억압을 가하는 일은 천안함 사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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