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0 21:16
수정 : 2011.04.1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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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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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연관된 시설은 용어 사용부터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같은 발전소를 두고도 한쪽에서는 핵발전소로, 다른 쪽에서는 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에 비춰 보면 원전보다는 핵발전소(nuclear power plant)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영어로 원자(atomic)는 주로 물리적 현상을 지칭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원자력발전소라는 말이 대세로 자리잡았고, 핵발전소는 환경운동가들이나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밀려난 듯하다.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을 뜻하는 방폐장이라는 용어도 비슷하다. 정부의 공식 명칭은 원전수거물관리센터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방사성’이라든가 ‘폐기물’ 등의 용어가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보고 고안해낸 이름이다. 하지만 이 고상한 명칭은 생명력을 얻지 못하고 방폐장이라는 명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방폐장은 핵쓰레기장이나 핵폐기물처리장 등에 비하면 나름대로 순화된 이름이니 말하자면 중간쯤에 위치하는 셈이다.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2003년 전북 부안에서 일어난 격렬한 시위 사태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분리해 처분하고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조건을 내걸어 경북 경주를 방폐장 터로 선정했다.
최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과학벨트가 가는 곳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혜와 부담’을 함께 안기자는 논리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두 시설은 입지 조건과 기준부터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엉뚱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꼬인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발언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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