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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9 19:55 수정 : 2011.05.09 19:55

정재권 논설위원

러시아가 유럽의 위협세력으로 부상한 19세기 후반, 영국에선 이런 노래가 유행했다. “싸움을 원하진 않아, 하지만 싸워야 한다면 맹세코(by Jingo). 우리는 배도 있고 병사도 있고 돈도 있지….” 이 노래에서 ‘징고’는 예수를 대신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영토 팽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 뒤 징고는 1878년 조지 홀리오크가 <데일리 뉴스> 기고문에서 ‘징고이즘’(Jingoism)이란 용어를 쓰면서 정치적 의미를 획득했다. 위키피디아는 징고이즘을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애국주의’라고 정의한다. 미국에서 징고이즘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인물로는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손꼽힌다. 그는 “징고이즘이 미국인들이 다른 외국 세력들에 대항해 우리의 이익을 위한 해결법과 상식을 견지하는 정책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징고들이 맞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징고이즘은 20세기엔 미국의 공격적 패권주의와 사실상 동의어가 됐고, <람보>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도 등장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진행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등은 21세기판 징고이즘으로 기록될 소지가 크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는 결국 ‘조작된’ 정보로 드러났지만, 그 잘못이 가져온 희생에 대한 반성을 찾아보긴 어렵다.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에도 미국의 극단적인 애국주의가 누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가.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교체가 당연시되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개각에서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는 “대북 원칙론을 지켜온 장관을 바꿀 경우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원칙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징고이즘의 한 얼굴을 본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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